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의 약 30~40%를 차지하는 건물 부문에서도 에너지 소비 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시행하고 있다. ’23년부터 공공 공동주택 5등급 의무화가 적용되었으며, ’25년부터는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까지 5등급 수준 의무화가 확대되었다. 또한, 일부 용도, 규모 대상으로 ’30년 공공 3등급 수준 의무화, ’50년 공공 1등급 수준 의무화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의 단계적 확대 로드맵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 부문의 ZEB 적용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6년 4월 기준 ZEB 전체 인증 건수 10,776건 중에서 공동주택(주거용 중 공동주택 및 임대주택)은 423건으로 약 3.9%에 불과하다. 이 중 약 84.4%가 현행 의무 기준인 5등급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자발적 참여보다는 법적 최소 기준 충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성능 ZEB 공동주택 사례는 대부분 중저층에 국한되어 있어, 고층 공동주택에서 고성능 ZEB 구현은 매우 드문 실정이다. 통계청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아파트는 총 주택의 65.3%를 차지하며, 연립 및 다세대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전체의 79.6%에 달한다. 또한, 국토안전관리원 ‘층수별 용도별 건축물 현황(’25.12.31. 기준)’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 중 21층 이상 건물의 비율은 약 45.6%에 이른다. 고층 공동주택이 국내 주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향후 ZEB 정책의 실질적 성과는 고층 공동주택의 고성능 ZEB 실현 기반 확대에 달려 있다.
제로에너지건축의 핵심 개념은 단열·고효율 설비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률을 극대화하는 것, 즉 에너지 소비량을 실질적으로 0(제로)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건폐율이 같은 경우 용적률이 높을수록 연면적 대비 신재생에너지 설치에 유효한 면적의 비율이 줄어 에너지 생산이 불리해지므로, 고층 건축물일수록 고성능 ZEB 달성을 위한 에너지 자립률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구조 안전성, 시공성, 유지관리 제약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고층 공동주택에서는 에너지 수요를 신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충분히 상쇄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니며, 물리적 조건에서 기인하는 한계이므로 기존 방식의 단순 확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신재생에너지의 입체적 확장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층 공동주택에서 신재생에너지 적용 방식의 입체적 확장이 필수적이다. 고층 공동주택은 연면적 대비 태양광 설치에 유효한 면적의 비율이 낮아, 태양광만으로는 ZEB 3등급 이상에서 요구되는 높은 에너지 자립률을 확보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진다. 이에 BIPV는 건물 입면을 활용함으로써 제한된 옥상 면적의 한계를 보완하는 핵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창호 제품 연계형(난간 일체형, 창호 일체형 등) BIPV 기술 고도화는 건축 디자인과 에너지 생산의 병행 가능성을 더 확대하고 있다. 또한 ESS, 지열 히트펌프, 연료전지 등과 연계한 복합 에너지 시스템 구축은 단일 기술 중심 접근을 넘어 다양한 에너지원의 조합을 통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고층 공동주택의 ZEB 대응은 특정 단일 기술의 적용이 아니라 복합 에너지 시스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기반 운영 최적화
ZEB 인증을 넘어 실질적인 ZEB 성능 확보를 위해서는 수요 측면의 운영 최적화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건물 에너지 성능은 단순 소비량 저감보다 제어 전략과 운영 방식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얼마나 덜 사용하는가’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가’로 관점이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태양광 발전은 낮 시간대에 가능하지만, 공동주택 전력 수요는 저녁 시간대에 집중되어 생산과 소비 간 시간적 불일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설비 확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간대별 생산·소비 매칭, 공용부와 세대부 간 전력 분배, 피크 부하 제어 등 운영 전략이 중요하며, 이는 설계보다 운영 알고리즘과 제어 체계의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운영 전략 구현의 핵심 도구로 BEMS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자동제어, 사용 패턴 분석 등을 통해 에너지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특히 AI 기반 제어 기술과의 결합은 최적 운전 및 맞춤형 에너지 관리를 가능하게 하여 실질적인 에너지 자립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비용효율 중심 ZEB 구현
고층 공동주택, 특히 3등급 이상 고성능 ZEB 공동주택의 시장 보급이 부진한 주요 원인으로 구조적인 에너지 자립률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경제성 부족을 들 수 있다. 초기 투자비 상승은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단순히 성능 고도화만으로는 시장 확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고층 공동주택 ZEB 대응의 핵심은 단편적인 성능 향상보다는 비용효율 최적화에 있다. 고성능 외피, 고기밀, 고효율 설비, 신재생에너지 등을 개별적으로 검토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최적의 기술 조합을 구성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초기 투자비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목표 성능을 달성할 수 있는 기술 조합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며, 궁극적으로 비용효율 기반 최적 솔루션 확보가 시장 확산의 핵심 조건이 될 것이다.
고층형 ZEB 3등급 공동주택 단지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이러한 배경 속에서 ZEB 공동주택을 확산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하여 에너지 자립률 향상 기술개발, 고층·고성능·고효율 ZEB 공동주택 표준 모델 개발 및 실증 등을 포괄하는 연구개발이 수행 중이다. 해당 연구개발은 고층 공동주택에서 고성능 ZEB 구현의 기술적·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효율적인 고층·고성능 ZEB 공동주택 기술 확보 및 보급 활성화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한다. 특히, 기존 ZEB 5등급 대비 3등급 달성을 위한 추가 공사비를 10% 절감하는 것을 핵심 성과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개별 요소기술 개발 수준을 넘어 실제 공동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통합형 솔루션 확보를 지향하며, 실증 기반 공공 및 민간에 보급할 수 있는 ZEB 표준 모델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에너지 혁신을 통한 주거 건물 부문의 2050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고층 공동주택 에너지 혁신 기술개발, 개발 기술 통합 실증 및 에너지관리 최적화 기반 구축, ZEB 공동주택 제도 혁신 연구, 개발 성과 통합 보급 시스템 구축으로 세부 과제를 구성해 추진 중이다. 특히, 공동주택 고층부 시공 용이성 향상을 위한 BIPV 설계시공 기술, BIPV 전력 연계 공동주택용 ESS 설계·시공·유지관리 기술, 냉난방 통합 단위세대용 소형 지열 히트펌프, 0.7kW급 단위세대용 소형 연료전지, 실별 제어 환기시스템, 성능 가변 창, BEMS 기반 통합 운영제어 기술 등 에너지 생산–저장–소비–제어의 전 주기를 포괄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ZEB Plus~3등급 공동주택 비용효율 최적화, 열교 성능평가 표준, 그리고 ZEB 보급 활성화 제도·정책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개발은 기술개발 성과를 공동주택 단지에 실제 적용·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고층수 27층 규모의 실증 단지에는 입면형/난간형 BIPV, ESS, 단위세대용 냉난방 통합 지열 히트펌프, 실별제어 환기시스템, 차양 일체화 성능가변창, BEMS 기반 통합 운영제어 등이 적용되며, 이를 통해 ZEB 3등급 달성 여부 검증 및 모니터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ZEB 공동주택의 에너지 프로파일 표준 모델, 운영 단계의 건물에너지 성능 진단 논리 등 에너지 수요관리 및 유지관리 기술까지 함께 개발함으로써, 단순 설계 기술을 넘어 운영 단계까지 고려한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웹 기반 연구개발 성과 보급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개발 기술의 보급과 공유를 도모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공공 및 민간 공동주택에서 적용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을 제공할 수 있으며, 고층 공동주택 ZEB 확산을 위한 설계기준 마련과 정책 연계 기반 조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층 공동주택의 고성능 ZEB 구현 가능성을 실제 공동주택 단지 수준에서 검증한다는 점에서, 해당 연구개발은 단순한 기술개발을 넘어 향후 공동주택 ZEB 확산을 위한 중요한 실증 사례로 의미를 가진다.
ZEB 의무화 시대, 고층 공동주택 대응 전략의 핵심은 단일 기술의 고도화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입체적 적용, 데이터 기반 운영 최적화, 비용효율 중심 접근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 있다. 고층 공동주택의 고성능 ZEB 실현 가능성은 개별 기술 수준보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합·최적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층형 ZEB 3등급 공동주택 실증 연구는 기술 적용 가능성 등을 실제 공동주택 단지에서 검증하고, 향후 참조 가능한 표준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고층 공동주택의 ZEB 대응은 개별 기술 적용을 넘어 통합적 설계와 운영, 비용효율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접근이 ZEB 의무화의 실효성을 높이는 핵심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