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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과 실무가 함께 만드는 녹색건축의 미래

  • 기자
  • 등록 2026.08.17 20:57:03
  • 조회수 246

서동현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 제19대 회장
충북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한국녹색건축기술협회가 창립 이후 녹색건축 분야의 실무 전문성을 축적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것에 깊은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협회는 최근 10여년간 녹색건축 제도와 기술이 현장에서 구현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친환경건축 컨설팅, 인증 지원, 기술 교류, 교육, 제도 개선 논의 등을 통해 녹색건축 산업의 기반을 넓혀 왔습니다.

 

특히 GreenZine을 통해 녹색건축 분야의 다양한 기술, 정책, 현장 경험, 전문가의 의견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신축 및 기존건물의 녹색건축으로 이행은 정부 정책, 공공기관의 제도 운영, 산업계의 실행력, 학계의 연구와 검증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발전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그런 점에서 GreenZine은 단순한 협회 소식지를 넘어,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서로의 지향점과 문제의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녹색건축 분야를 둘러싼 산업과 정책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제로에너지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건물에너지 관리와 같은 의제는 이제 특정 전문가 집단의 관심사를 넘어 건축산업 전반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책은 점차 정교해지고 적용 대상건물은 확대되고 있으며, 인증과 제도의 다양화와 고도화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녹색건축 관련 시장 역시 외형적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만으로 우리 분야의 성숙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도와 인증이 확대될수록 실무시장은 넓어지지만, 동시에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전문성이 충분히 평가받기보다 행정적 절차와 가격 경쟁에 따라 정책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는 급격히 변하는 우리 분야에 요구되는 기초 및 전문지식을 빠르게 체계화하지 못한 학계와, 전문성을 충분히 실무에 반영하지 못한 현장이 겪어야 하는 피하지 못할 경로라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젊은 기술자와 연구자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전문 직업 경로가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고 녹색건축부문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의 확대와 인증 건수의 증가를 넘어, 실제 건물에서 구현되는 성능과 그 성능을 만들어내는 전문성의 가치가 함께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단계에서 계산된 성능이 운영단계에서 어떻게 유지되는지, 인증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기술 개선과 제도 보완으로 어떻게 환류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무자와 연구자가 어떤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식은 제가 학회장으로 취임하며 말씀드린 학회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우리 학회가 학술적 성과를 축적하는 데 집중함은 물론, 산업계와 정책 영역, 그리고 실무 현장과의 연결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건축환경과 설비 분야의 연구가 논문과 학술대회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건물의 설계와 시공, 운영, 유지관리 과정에서 활용될 때 그 사회적 가치가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의 녹색건축은 설계단계의 성능평가와 인증 취득을 넘어, 실제 건물의 운영단계에서 나타나는 에너지성능, 실내환경 개선, 탄소감축 효과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녹색건축은 ’어떤 기술을 적용했는가’에서 ’실제로 어떤 효과를 냈는가’로 관심의 중심을 옮겨가야 합니다. 인증과 제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건물의 실제 성능과 사용자의 삶의 질, 그리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회와 협회의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협회가 녹색건축 제도와 기술이 현장에서 구현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실행하고 있다면, 학회는 그 실행경험과 결과를 분석하고 검증하여 지식체계와 교육, 제도 개선의 근거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도의 방향을 제시하고, 협회가 현장의 실행을 담당하며, 학회가 과학적 근거와 장기 의제를 제공할 때 녹색건축 생태계는 외형적 성장을 넘어 더 건강한 성숙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제부터 학회와 협회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인증과 컨설팅,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무 경험을 연구와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건물의 에너지사용량, 실내환경, 운영관리 경험, 사용자 반응 등은 녹색건축 성과를 검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가 적절히 축적되고 분석된다면, 제도 개선과 기술 개발, 실무 교육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현장 애로와 제도개선 과제를 함께 논의하는 정례적 협력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녹색건축 인증, 제로에너지건축물, 그린리모델링, 기존건축물 성능관리와 같은 제도는 모두 현장 실행 과정에서 다양한 제도 운영상 문제와 개선 요구사항을 만들어냅니다. 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위치에 있고, 학회는 이를 연구 의제와 정책 제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장의 경험과 학술적 분석이 만날 때 더욱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젊은 연구자와 실무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녹색건축 분야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고도화만큼이나 인재의 성장 경로가 중요합니다. 대학원생, 신진 연구자, 젊은 실무자가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실무자는 최신 연구와 기술 동향을 접할 수 있는 공동 교육과 세미나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녹색건축 분야의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녹색건축은 하나의 기관이나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정책, 제도, 기술, 시장, 교육, 연구가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협회가 현장의 경험과 실행력을 축적한다면, 학회는 그 경험을 검증 가능한 지식으로 정리하고, 다시 교육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각자의 역할에만 치중하는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서, 각자의 강점을 연결하는 협력입니다. 학술과 실무가 함께할 때 녹색건축은 제도적 이행을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능과 가치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국녹색건축기술협회와 GreenZine이 이러한 연결과 협력의 장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우리 학회도 녹색건축 분야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협회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