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 인간의 경험에서 데이터의 지능으로
건물 설비의 유지관리는 오랫동안 숙련된 관리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온 인간의 고유 영역이었다. 베테랑 관리자들은 건물자동제어시스템(BAS)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데이터를 살피며 설비의 미세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치명적인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현대 건축물이 복잡해지고 설비가 다양화되면서 한계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수만 개의 센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인간이 실시간으로 정확히 수집하고 분석하기에는 시간적, 물리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관리자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결함이 발생하거나 데이터를 잘못 읽을 경우, 자칫 오진단으로 이어져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러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AI를 건물 유지관리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 인공지능의 핵심: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진화
오늘날의 AI 혁신을 이끄는 핵심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다. 이는 컴퓨터가 명시적인 프로그래밍 없이도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패턴을 학습하고 규칙을 찾아내는 기술을 의미한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기계학습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기계나 컴퓨터가 학습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계학습 기술 중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딥 러닝(Deep Learning) 이다. 딥 러닝은 인간의 뇌를 형상화한 인공신경망을 머신러닝에 적용한 기술이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지성은 신경(뉴런)의 집합체인 ‘신경망’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 신경망을 컴퓨터상에서 흉내 내기 위해 고안한 것이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이다. 컴퓨터는 인공신경망이라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사고 과정을 따라 할 수 있다. 각 인공 뉴런(프로그램)에서 도출한 결과를 네트워크로 공유하고, 상황에 가장 적절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 기계학습은 딥 러닝보다 더 넓은 범위의 알고리즘을 포함하며, 특징 추출에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데이터의 양, 복잡성, 해석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기계학습과 딥 러닝 중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기계학습과 딥러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데이터의 특징 추출 방식이다. 기계학습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직접 데이터의 특징을 추출하여 알고리즘에 입력해야 한다. 반면 딥러닝은 데이터로부터 자동으로 특징을 추출할 수 있다. 이는 딥러닝이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복잡한 패턴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지만, 학습을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높은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점은 해석 가능성이다. 기계학습 모델은 상대적으로 해석이 쉽다. 즉, 모델이 어떤 특징을 기반으로 예측하는지 이해하기가 비교적 쉽다. 반면, 딥러닝 모델은 복잡한 구조로 인해 해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블랙박스와 같이 입력과 출력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딥러닝은 기계학습의 한 부분집합이며, 인공 신경망을 활용하여 데이터에서 스스로 특징을 추출하고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주목받는 딥러닝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ANN)을 기반으로 한다. 딥러닝의 가장 큰 특징은 추상적인 특징의 단계적 학습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이미 자율주행차의 객체 인식, 의료 영상 분석, Transformer 모델을 활용한 기계 번역 및 챗봇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그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
3. 건물 유지관리의 패러다임 변화: CBM과 예지보전
설비 보전 관리 기법은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기존 정기 설비 점검 방식인 시간 기준 정비(TBM: Time Based Maintenance)의 예방 보전(Preventive Maintenance)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하여 사전 고장 예측이 가능한 설비상태 기준 정비(CBM: Condition Based Maintenance)의 예지보전 설비(Predictive Maintenance)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계획 보전이란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수리를 하는 사후 보전(Breakdown maintenance) 방식을 말하여 대규모 산업 현장에서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과거의 방식이다. 계획 보전 중 보다 진일보한 예방 보전에서는 주로 점검을 통한 주기적 수리와 교체가 주 업무이다. 예지보전에서는 진단을 통한 결함 트렌드 분석이 주 업무이고 기존 예방보전에서는 점검, 수리, 교체 등이 주 업무이다. 이러한 상태기반 보전을 위해서는 빌딩자동제어시스템(BAS와 같은 온라인 상태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온라인 상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서 설비의 결함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예지보전의 핵심이다.
이 중 예지보전은 온라인 상태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설비 결함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건물 현장에서 유도전동기의 유지관리를 아래 그림과 같은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구현된다. 예방 보전에서는 시간 기준정비(TBM: 방식을 기준으로 적용하여 결함과 관계없이 정기적인 보전을 수행하여 정기적으로 주요 부품을 교체하고, 만약 정기적 보전 기간 중에 결함이 발생하면 즉시 보수를 실시한다. 예지 보전에서는 설비상태 기준정비(CBM) 방식을 기준으로 적용하여 온라인 기반의 전동기 상태감시로 미세한 결함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시간에 일정을 정하고 유지보수를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베어링의 흔들림이 결함 한곗값(Critical value)을 초과하는 시점이 오면 상태기반 보전 관리 방식으로 그때 즉시 보수를 실시한다. 이 방식에서 주요 부품 교체 시기는 꼭 정해진 시간에 주기적 교체를 하지 않고, 실시간 결함 트렌드 모니터링을 통하여 교체 주기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로써 예지보전의 한 방법인 설비상태 기준정비(CBM)방식을 실현할 수 있다.
4. AI 기반 실전 적용 사례: 전기신호분석기반의 유도전동기 고장진단(MCSA)
유도전동기의 고장진단 방법 중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진동감시와 최근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전기신호 분석 방식을 비교해 보면 아래표와 같다. 진동센서는 전동기 외부에 직접 설치하여 물리적 진동을 분석하여 주로 전동기의 기계적 결함을 진단한다. 이에 반해 전기신호 분석은 전동기의 전원 공급선에 진단 디바이스를 설치하여 공급되는 전류를 분석하여 기계적 결함뿐만 아니라 전기적 결함까지도 진단한다. 진동센서 방식이 역사가 오래되고 현재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점이 있지만 주로 전문가에 의한 정밀 분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운영자가 쉽게 진단하기 어려운 점이 단점이다. 전기신호 분석은 온라인 감시에 적합하고 진단 소프트웨어가 운영자가 사용하기 쉽게 구성 가능하기 때문에 진단 숙련도가 불필요하고 설치가 간단한 점 등 장점이 많아 최근 사용이 늘고 있다.
아래 그림은 기계학습 기반의 전동기 진단시스템을 적용하여 전동기의 설비 상태 기준정비(CBM)를 적용한 방식을 나타낸다. 전동기의 고장진단을 수행하는 방식은 진동센서에 의한 방법과 전기신호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진동센서는 물리적 진동의 주파수 분석을 통해 결함을 분석하고, 전기신호의 분석에 의한 방식은 MCSA(Motor Current Signature Analysis)라고도 하며 전동기에 공급하는 전기적 신호를 분석하여 전동기의 결함을 진단한다. MCSA 방식은 전류와 전압을 분석하여 FFT(Fast Fourier Transform)하는 진단 디바이스는 전동기 제어반(MCC: Motor Control Center)에 별도 센서없이 설치하며 해당 전동기의 전류와 전압을 특정하는 전선만 연결하면 된다. 진단 디바이스에 해당 전동기의 정격 사양(전류, 전압, 주파수, RPM 등)을 입력한 후 일정시간 기계학습에 의한 모델링을 통하여 학습 모델을 생성하고 이 때 발생하는 실제 전동기와 학습 모델과의 잔류 전류파형(Residual current waveform)으로 전동기의 각종 결함을 분석하는 원리이다.
5. 맺음말: 지속 가능한 건물 운영의 파트너
건물 운영 비용에서 유지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효율적인 BAS 운영과 AI의 결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최근 ChatGPT와 같은 생성형AI의 확산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신경망 기반의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은 앞으로 더욱 정교해질 것이며, 이는 건물의 경제적 수명을 연장하고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데이터 속에 숨겨진 설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건물 유지관리의 미래이다
참고자료
1. 한국CDE학회 웹진
2. 이선휘.(2017). “ 스마트 공장의 핵심 설비 예지보전 기술”, 계장 기술. p. 128
3. 김영식.(2012). “설비상태에 의한 예지보전(CBM)의 추진방법”, 기계와 윤활, 제78호
4. 정재천.(2020). “인공지능 시대의 회전기기 진단”, 인터비전
5. 양철우.(2012). “MCSA를 이용한 농형유도전동기 전기적 고장의 온라인 진단에 대한 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