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시대이다. 검색엔진부터 가전제품까지 인공지능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다른 산업에 비해 변화가 느리다는 건설 산업도 인공지능의 도입은 현재의 문제이다. 건축 분야에서도 파라메트릭 설계, 시공품질 및 안전관리, 건물 성능 최적화, 제어 및 운영 관리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친환경 성능 해석 분야에도 개척되지 못한 수많은 활용처가 있는 상황이지만 인공지능의 강력함과 가능성에 비해 아직 구체성과 실용성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건물 에너지 및 친환경 진단·평가 전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는 기술들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개발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
건축물 진단·평가 지능화 기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에너지를 포함한 건물 성능 해석 분야에서도 스마트 진단, 성능 예측 평가, 컴퓨터비전, 데이터 마이닝, 디지털트윈 등 다양한 신개념들이 도입되고 있다. 건축물의 설계-시공-운영 전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진단·평가를 최적화, 자동화, 지능화할 수 있는 기술들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현재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나아가 신기술을 창조할 수도 있다.
진단 과정의 인공지능 응용 기술 사례
건축물 진단에서 사용될 수 있는 첫 번째 기술은 벽체 단면 구성 판정 솔루션이다. 그린리모델링 프로젝트와 같은 기존 건축물의 진단에서 숨겨져 있는 단열재를 포함한 벽체 구성 정보를 비파괴 방식으로 진단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실내외 마감재에 대한 영상인식(Vision Recognition)과 단면 구성에 대한 설계 빅데이터를 이용해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반 판정 기술이다. 준공년도를 포함한 건물 기본 정보와 내외부 벽체 영상을 입력하면, 벽체 영상에서 실내외 마감재 종류를 추출한 후 설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단면 구성을 예측하고, 형상 및 성능 정보를 다양한 형식으로 출력한다.
건물 창면적비 자동 산출 솔루션은 건물 에너지 성능 평가에 필요한 기존 건축물의 창면적비를 영상인식 기술을 통해 자동 계산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건축물 진단 시 비효율적인 도면 작업을 방지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로, 건물 외피 부분 사진(실화상)을 정합해 전체 외피 이미지를 생성하고, 외피 부위(창, 벽, 배경 등)을 구분한 후, 렌즈 왜곡을 보정해 창면적비를 계산하는 솔루션이며, 가려진 부분의 계산을 위한 영상 복원 알고리즘과 수치 추정 알고리즘을 포함하고 있다.
설계(해석) 과정의 인공지능 응용 기술 사례
건축물 통합 설계의 관점에서 에너지 해석은 많은 자원의 투입이 요구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그린(e-GREEN, 그린리모델링 컨설팅 애플리케이션)은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을 활용해 그린리모델링의 사업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최소한의 기본 정보 입력만으로, 그린리모델링 사업 대상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현황을 진단하고, 건물 유형 및 사업 목적에 따라 적합한 기술을 추천하고, 사업 전·후 에너지 성능 개선 비율, 탄소 배출량 및 경제성을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시공 평가 과정의 인공지능 응용 기술 사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적외선 열화상을 이용한 열적 판정은 건축 분야에서도 단열재 불량, 열교 판정, 누기 탐지 등에 활용될 수 있지만, 판정 과정의 객관적 지표나 기준이 부족해 진단자들의 경험과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열화상 하자 자동 판정 솔루션은 건물 외피 열화상 분석 과정에 영상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객관적 기준에 따라 열적 이상 영역 및 유형을 검출하고, 그 과정을 자동화한 솔루션이다. 열적 이상 영역은 가우시안 혼합 모델(Gaussian Mixture Model)을 적용해 벽체 표면 온도를 군집화하여 분류하고, 하자 유형은 형태 및 온도 특성을 이용해 재료적 열교와 누기를, 인공신경망 모델을 군집의 특징에 적용해 구조적 열교를 구분한다.
운영 과정의 인공지능 응용 기술 사례
건물 에너지 효율화 분석 솔루션은 건축물의 운영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BEMS에서 실시간으로 수집한 에너지 사용량과 생산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경망을 적용한 결측 데이터 복원, 클러스터링 기법을 적용한 군집화를 통해, 제어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별·공간별 에너지 운영효율 평가 지표를 가시화하는 솔루션이다. 기술적 관점에서 디지털트윈, 가상센싱, 소프트 BEMS, 범용 인공지능 엔진을 구현한 기술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사용이 편리한 인공지능 모델의 개발이 선행 조건이다. 이러한 기반 구축을 위해 친환경 성능 해석 분야에서도 현장 조사 시 수집되지만 미사용되는 건축물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비정형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스키마가 개발되고 있다. 더불어 데이터전처리, 인자 선정, 모델 설계 및 최적화를 자동으로 수행하여 학습 및 예측 결과를 제공하는 에너지·탄소 범용 인공지능 엔진도 개발되고 있다. 해당 엔진은 사용자 경험·지식 상관없이 사용자 정의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학습하고, 데이터 종류 상관없이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며, 모델 생성 후 사용자가 지정한 예측값을 즉각적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들
인공지능은 비효율성을 타파하고, 정확성을 증대시키며, 혁신적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건물 친환경 성능 해석 분야에서의 인공지능의 활용이 타 산업과 기술적 격차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좀 더 빠른 행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기초 데이터 구축을 위한 투자가 요구된다. 블랙박스인 인공지능에서 데이터의 부재, 편향, 결측은 나비를 비둘기로 판정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며, 이에 좋은 기초 데이터 축척을 위한 정부 투자와 정책의 도움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건물 분야 데이터 유형에 특화된 다양한 데이터 처리 및 인공지능 분석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데이터에 적합한 전처리, 알고리즘 최적화, 후처리 및 결과해석 기술 필요하며, 이를 통해 블랙박스의 투명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많은 ‘창의적 인간’이 필요하다. 일단의 인공지능 응용 솔루션 개발에서 느낀 점은 인공지능은 생성형 AI조차도 고차원의 단순노동을 반복하는 기술이지, 인간의 창의력을 대신하진 않으며, 만능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더 정밀한 인공지능 기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분류를 위한 적절한 로직과 판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다양한 기법 및 타 분야 기술을 융합하는 창의적인 프로세스에 있다.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작업은 여전히 인간의 ‘인간만의’ 영역이다.
맺음말
건물 친환경 진단·평가에 활용될 수 있는 인공기능 응용 기술과 실제 사례를 살펴보았다.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과 다양한 시도를 확인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좋은 기초 데이터의 구축, 건축 분야에 특화된 최적화 기법 개발, 창의성 높고 다양한 기술 융합의 필요 등 아직은 부족한 점투성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