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면서, 건설 산업에서도 탄소 배출 저감이 핵심 목표가 되고 있다. 특히 건설 산업은 에너지 및 자원의 대규모 사용으로 인해 건축물의 전 생애 주기 관점에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건축물의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한 다양한 요소기술 개발과 함께 제도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고, 건축물의 탄소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적 요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구축하고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필수적인 노력일 것이다.
필자는 특히 탄소중립 건축 실현을 위해서 무엇보다 건축물의 탄소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건축물의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탄소 중립 성능은 단순히 평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시공, 운영, 그리고 해체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전략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 녹색건축물인증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2016년 9월부터는 “건축물 전 과정 평가 수행”이라는 항목을 통해 건축물의 생애 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탄소 배출 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CASBEE(2009년 도입)나 미국의 LEED(2014년 도입)와 비교해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건축물의 친환경 성능을 평가함에 있어 건축물 전 생애 주기 관점의 탄소 배출량 평가를 반영한 국내의 최초 시도로 큰 의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건축물에 투입되는 건축자재의 생산에서부터 수명이 다한 건축물의 해체와 폐기에 이르기까지 탄소 배출량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녹색건축물인증제가 2025년 개정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의 제도와 비교하여 의미 있는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 중 필자는 탄소중립과 관계가 높은 "탄소중립을 위한 자원 활용" 부문을 중심으로 의견을 드리고자 한다. 개정안은 “탄소중립을 위한 자원 활용” 부문에 초점을 맞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평가 항목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건축물의 전 생애 주기 탄소 배출량 평가를 내재 탄소 배출량과 운영 단계 탄소 배출량으로 구분하여 독립적인 평가 항목으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건축물의 생산, 운영,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량을 하나의 평가 항목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에 반해 개정안에서는 주요 건축재료의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내재 탄소배출량과 건축물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적 탄소배출량으로 분리하여 평가함으로써 각 단계의 배출량을 보다 명확히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각각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재의 건축물 전 과정 평가 항목은 건축자재의 생산 및 건축물의 운영과정의 탄소배출량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시공, 유지관리, 해체 및 폐기 과정까지 포함한 탄소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평가 요소들이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조치는 건축물의 전 생애 주기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 사회는 건축 자재의 선택에서부터 해체와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자원의 재활용과 폐기물 최소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에서 내재 탄소와 운영 단계 탄소 배출량을 중심으로 평가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생애 주기 중 건설과정의 탄소배출량과 유지보수 및 해체·폐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평가가 제외된 것은 다소 아쉽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필자는 이제는 단순히 건축물의 탄소배출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서 벗어나 건축물의 탄소중립의 성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건축물의 탄소중립성능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만을 예측 및 평가하는 것 만으로는 실현 불가하며 건축물의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과 함께 탄소감축량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통해 건축물의 탄소중립 성능을 계량화된 지수나 지표로 평가하는 기술 개발이 요구 될 것이다.
이러한 건축물의 탄소중립지수는 단순히 각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각 단계에서 이루어진 탄소 감축에 관한 기술적 노력을 개별적 또는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건축물의 탄소중립 성능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건설 재료 분야에서는 과거의 시멘트를 대체한 혼화 재료의 투입을 통한 소극적인 탄소배출량 저감 기술 개발을 넘어 이산화탄소를 건축재료에 포집 및 고정하여 활용하는 CCUS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한창일 뿐만 아니라 순환 경제 기반의 탄소중립 건축 실현을 위해 건축재료의 재활용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건축물의 탄소 중립 성능을 평가하는 제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며 건축물의 생산단계에서부터 해체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종합적이고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건축물의 전 과정 탄소배출량 및 탄소중립성능에 대한 정도 높은 평가를 위해 건축물 LCA 기반의 전문가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통해 건설 LCA이라는 건설산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건설 LCA 기반의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전문가 교육 및 자격증 제도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단순히 개별 건축물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도시와 사회 전반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건축물의 탄소중립 평가체계는 향후 도시 계획, 국가 정책 수립 및 국제적 기후 변화 대응 전략 수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녹색건축물인증제를 비롯한 관련 제도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과 최신 기술 발전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은 탄소중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태성호 교수는 현재 한양대학교 에리카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에리카 탄소중립스마트건축센터 및 지속가능스마트시티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건설LCA로서 건축재료 및 건축물, 도시의 탄소배출량 평가 및 저감 기술 개발 연구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건축인증제(Zero Carbon Building Certification, ZCB인증)를 개발하여 건축물 및 건축재료의 탄소배출량 평가에 집중하고 있으며 도시단위의 탄소중립 평가기술과 인증제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태성호 한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