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거부문 제도 변경내용
2025년부터 기존의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제도가 사라지고,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제도로 통합된다. 주거부문으로 한정하여 살펴보면, 민간 부문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ZEB(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 수준의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기준은 2024년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1년 유예가 되면서 준비하고 대처할 시간을 벌었지만, 시행을 코앞에 둔 현재에도 여전히 건축업계에서는 아직 준비가 부족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 확대시행에 따라 민간 분양 공동주택의 에너지 성능 및 품질향상, 입주자의 에너지 비용감소, 거시적으로는 국가의 탄소중립 및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통합시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인증처리 절차가 일원화되어 인증 진행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동주택의 경우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을 먼저 접수하고 1차 에너지소요량 및 에너지자립률 검토 완료까지 40여일,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을 접수하고 BEMS 시스템 검토까지 30여일, 총 70여일 정도의 심사 기간이 소요되고 있다. 하지만 인증 절차가 통합되면 두 번의 별도 진행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동시 평가가 가능해지므로 20여일 정도의 인증 소요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 제도 통합시행 및 민간 ZEB 5등급 수준설계 시행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현 상태에서 시행 직후의 대응 방안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수준 설계’라는 단어의 정의가 명확치 않아 의무사항인지 아니면 자체검토서를 제출하면 되는 것 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지자체 녹색건축 설계기준에 명시하고 있는 규모별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의무등급 조항은 2025년에도 여전히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만 남은 상태에서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으로의 등급 확보 자체는 불가능해지는 문제점도 생길 수 있다. 이 밖에도 현 녹색건축인증 제도하에서 평가되었던 ‘2.1 에너지성능’ 항목의 경우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인증을 통해 최대 12점까지 배점을 획득할 수 있었는데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이 사라지게 되면 점수획득 방법이 모호해지는 등 타 인증제도와의 관계기준 개선이 인증취득 방향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2.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평가방식 변경에 따른 주거부문 영향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평가 방식이 변경되면서 새롭게 ZEB Plus 등급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공동주택에서는 현재 ZEB 4등급조차도 도전 과제로 여겨지고 있어, ZEB Plus 등급은 아직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용적률이 낮은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건축주의 의지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있는 등급일 수도 있다.
이번 변경에서 가장 큰 변화는 평가 기준이 기존의 AND 조건에서 OR 조건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1차에너지소요량과 자립률을 모두 만족해야 했으나, 이제는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인증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면, 1차에너지소요량과 자립률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기존의 AND 방식은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으나, 이번의 OR 방식은 태양광 외 신재생에너지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지열과 연료전지의 경우 1차에너지소요량은 증가하더라도 자립률은 높일 수 있기에 ZEB인증 조건 중 자립률만을 목표로 정할 경우 현 평가방식에서는 어느 정도 목표치에 접근할 수 있겠다.
다만, 지열과 연료전지를 공동주택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열의 경우, 공동주택 적용방안에 대해 시범적으로 연구되고는 있으나 실제 아파트에 적용된 사례가 드물며 기술력 향상 및 검증된 성능 확보가 중요해 보인다. 또한 분양 이후 지열 효율 저하 시 민원 리스크를 고려해 이중 열원계획(보일러 설치)이 필요할 수 있으며 공사비 증가의 우려도 있다. 연료전지의 경우 지역난방이 공급되는 아파트의 경우 급탕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실효성, 공사비 문제 등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3. 주거부문 냉방평가 포함
기존 주거부문의 ECO2 1차에너지소요량 평가에서는 냉방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변경된 평가방식에서는 냉방도 평가하게 된다. 냉방평가가 추가되면서 1차에너지소요량이 다소 증가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조금 더 까다로워질 수 있지만, 실제 대부분의 공동주택 세대가 한여름에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개정은 보다 현실적인 개정방안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만약 냉방 계획이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냉방기기의 효율과 평형별 용량을 반영한 기본 디폴트 값이 적용된다. 반대로, 냉방기기가 계획된 경우에는 해당 기기의 실제 사양을 적용해 평가하게 된다.
이 변경으로 인해 기본 디폴트 값보다 냉방기기의 효율이 높은 경우, 1차에너지소요량을 낮출 수 있어 냉방 에너지 절감 설계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사례를 검토해보면, 기본값을 적용한 공동주택에 비해 에너지자립률을 약 2.4%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설사들이 에어컨 설치를 선택 옵션으로 둘지, 아니면 기본 옵션으로 분양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 인증을 받기 위해 태양광(PV)과 냉방기기 설치에 따른 1차에너지소요량과 에너지자립률 변화 및 설치 비용을 비교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고층 공동주택의 경우, 옥상에 태양광을 100% 설치하기 어렵기에 건물 외벽에 부착하는 BIPV 시스템을 고려하고는 하는데 아래 비용 분석결과와 같이 에어컨 설치 비용과 BIPV 설치 비용 차이를 검토하면, 에어컨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이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4. 기밀값의 현실적 적용
변경된 기밀 성능의 평가 기준에 따르면, 예비인증 시 주거용 건축물의 기밀 성능은 기존의 6.0회에서 3.5회로 입력하도록 바뀌었다. 본인증 시에는 30세대 이하 건물은 3세대, 30세대 초과 건물은 많은 세대 순으로 3세대씩 6세대를 선택하여 현장 측정하고, 그 평균값을 전체 세대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본인증 시 실제 기밀 측정값 대부분이 3.0~4.0회 수준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값을 적용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ZEB 예비인증 시 과도한 신재생에너지 설치계획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공동주택의 경우, 앞으로는 6세대 이상 기밀 테스트를 수행하므로(기존 1개 타입에만 적용), 건설사의 기밀 시공 기술과 품질 개선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사례 예시를 살펴보면, 현재 기준으로는 예비인증 단계에서 설계도서 상 간접 조명이 반영되지 않아 조명밀도를 5.5W/㎡ 수준으로 입력하지만, 본인증 시에는 7.5W/㎡ 정도로 설치되어 1차에너지소요량이 10~15kWh/㎡yr 만큼 증가되며, 이를 기밀 3.5회로 보정할 때 예비인증 시 설정했던 1차에너지소요량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예비인증과 본인증 간의 기밀성능 차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시공 중 발생할 수 있는 변동 사항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짐을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예비인증 이후 본인증 시 간접 조명을 추가하여 조명밀도가 증가하더라도, 기밀의 여유치(예비인증: 6.0회, 본인증: 3.5회 수준)를 활용해 조정할 수 있었지만, 변경된 기준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기에 예비인증 단계부터 조명밀도 증가를 미리 염두에 두지 않으면, 등급 미달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5. 건축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명칭으로 기준항목 통합
ZEB 인증을 위해 기존에는 전자식 원격검침계량기 또는 BEMS 시스템 중 하나를 선택하여 설치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BEMS를 기준으로 통합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전자식 원격검침계량기 수준을 필수 항목으로 지정하고, 산업부의 BEMS 수준은 선택 항목으로 개편되었다.
대다수 분양 공동주택의 경우, 기존과 마찬가지로 필수 항목인 전자식 원격검침계량기 항목만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선택 사항 부분도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6. 최적 컨설팅방안 모색
사업승인 대상 공동주택의 법적기준인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에서 요구되는 패시브 성능은 시공성을 고려해 볼 때 이미 최대치에 근접해 있고, 조명밀도나 보일러의 효율과 같은 액티브 요소들도 혁신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어느정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볼 때 변경된 제도에서도 여전히 ZEB인증의 가장 큰 변수는 신재생에너지이고, 특히 태양광 설치 용량에 달려 있으며, 이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확보 여부에 따라 인증등급은 좌우될 것이다.
용적률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용적률 180% 미만일 경우 지붕에만 태양광을 설치해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이 가능할 수준이나, 그 이상의 용적률인 경우에는 입면 태양광 모듈 설치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건축디자인에도 제약을 줄 수 있다. 또한 잉여 태양광 전력 처리 문제나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을 세대별로 공급하여 직접적인 에너지비용을 절감하는 방안 등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마찬가지로 연료전지와 지열시스템에 대해서도 공동주택 적용에 대한 실증과 기술적, 비용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당면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나 태양광 발전에 의존하는 일률적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컨설팅을 넘어, 향후 ZEB 3등급 이상을 실현하는 일반적 방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1.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관련 설명회(5.28) 안내자료
2. https://zeb.energy.or.kr/